- 재무제표는 참고만 하자 -
저는 주식투자를 한 지 17년 정도 되었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많이 해 봤습니다. 오늘은 제 첫 번째 투자 실패로 거지 정도가 아니라 빚쟁이가 되었던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 볼께요.
저는 살아오면서 주식 관련책을 140권 정도 읽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말이죠. 저는 사회 초년생일 때 부터 직장생활은 힘든 것, 오래할 수 없는 것, 돈이 별로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투자에 입문하게 됩니다. 신입사원 시절 그러니까 쫄병 시절 많은 업무와 회식에 시달리면서도 주식 공부를 엄청나게 많이 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얘기죠.
지금 생각하면 책을 읽으면서 투자 동아리에 들어 가서 선배들 얘기도 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금이야 시중에 나와 있는 주식 관련 책들을 보면 좋은 책인지 그냥 팔기 위한 책인지 몇 페이지만 보면 구별을 합니다. 사실 시중에 나와 있는 주식책들은 고전이 아니면 거의 다 팔기 위함이 목적이고 차트 얘기, 다른 책을 베끼거나 혹은 개인 투자담이나 늘어 놓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양서를 구별 못 하고 그냥 다독을 했었습니다. 제가 주식 투자를 처음 했을 때 그러니까 2000년대 중반에는 한참 외국 고전들이 번역되어 나오거나 증권사에서 혹은 개인이 책을 발간하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제 눈에 꽂혔던 책들은 다행히 차트나 어설픈 투자담을 얘기하는 증권사나 개인이 출판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가치투자 책들에 완전 꽂혔습니다.
다행 아니었냐구요. 아니었습니다. 그 시절 가치 투자 책들은 회사의 재무제표가 좋아야 한다는 얘기를 왜 그렇게 많이 했는 지 모르겠습니다.
90년대까지는 좋은 주식책이 거의 나오지 않았고 2000년대 중반은 주식 시장이 좋아지면서 많은 주식책들이 나오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이 시절 가치투자 책들은 좋은 재무제표를 보여주는 회사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워렌버핏에 관한 책이 몇 십권 되지요. 그러나 그가 주식 투자에 대해 직접 쓴 책은 없습니다. 모두 그의 지인들이나 전문 글쟁이들이 그를 지켜 보거나 혹은 그에 관해 상상해서 쓴 책들입니다.
재무제표 중요하지요. 회사의 업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재무제표가 좋았던 회사였든 나빴던 회사였든 특정 회사의 주식을 샀을 때 이후 주식 가격의 움직임은 앞으로 그러니까 미래에 회사가 어떻게 될 지를 가장 중요시합니다. 이게 거의 전부입니다.
제가 주식 공부를 시작하고 몇 년 후에 회사 다니면서 모은 돈 전부와 은행에서 신용 대출 받은 돈까지 해서 한 종목에 투자를 했습니다. 한 종목에 몰아 넣은 거 부터 실수였죠.
당시 가치투자 책들이 자주 얘기했던 ROE 가 매년 15% 이상이 되는 회사가 좋다. EPS 성장률이 어느 정도면 좋다. 유동비율은 이 정도 이상은 되야 안정적이다.. 그런 종목이었습니다. 제가 재무제표에 너무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이 회사는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파산 절차를 밟습니다. 체력도 좀 약했고 판로가 막히니 회사 경영이 너무 어려워졌으며 또 재무제표에 들어나지 않는 외환파생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있었습니다. 경영진들은 자기 살길을 찾아 다녔고 몇 년간 주식은 거래 정지 상태로 있다가 결국 다른 회사에 헐값으로 매각됩니다. 저는 97% 정도의 손실을 확정했고 은행빚을 떠 안았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당시 기분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요즘에 발간되는 주식책들은 그래도 많이 진보한 거 같습니다. 회사의 발전 가능성도 많이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는 회사의 이력을 보여줍니다. 주가도 그에 맞춰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아, 이 회사는 지금까지 이익이 괜찮았네. 주식을 사도 되겠다' 라고 생각된다면 반드시 회사의 미래를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사가 앞으로 잘 되야 주가가 유지되거나 오를 수 있습니다. 사업 자체가 계속 수요가 있는 지, 회사 사업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독점력이 있는 지, 전망이 좋은 사업이라도 그 정도 기술력으로 심한 경쟁을 버틸 수 있는 지 등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분석하십시오.
회사의 미래는 주식 투자로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최우선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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